해운대 근처에서 가볍게 시작했던 소개팅
지난 9월이었던가, 날씨가 제법 선선해지기 시작할 때쯤이었으니 아마 11일쯤이었을 거다. 해운대 바닷바람이 꽤 시원해서 기분 좋게 나갔던 기억이 난다. 사실 소개팅 어플로 만나는 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때는 유독 좀 피곤했던 상태였다. 상대방은 부산 쪽에서 일을 한다고 했고, 말투가 꽤 점잖아서 크게 경계심을 갖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는 해운대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맥주를 몇 잔 마셨는데, 사실 처음에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직장인들이 나누는 흔한 대화들이 오갔으니까. 그런데 술기운이 조금 오르기 시작하니까 상대방이 갑자기 숙소 이야기를 꺼내더라.
호텔 방 두 개를 잡자는 제안의 실체
갑자기 숙소를 잡자고 했을 때 솔직히 좀 당황했다. 거절을 하려고 했는데 상대방이 끈질기게 호텔 방을 두 개 잡아서 각자 방에서 자면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계속 설득을 하더라. 솔직히 말하면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냥 술도 좀 들어갔고, 판단력이 흐려졌던 건지 아니면 정말 각자 방에서 편하게 자면 된다는 그 말이 그 순간엔 뭔가 나름의 배려처럼 느껴졌던 건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논리인데 말이다. 비용은 대략 15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당시 내 생각은, ‘그래, 방을 따로 잡으면 뭐 큰일이야 나겠어’라는 안일한 마음뿐이었다. 그게 얼마나 귀찮고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지 그때는 미처 몰랐던 거다.
술기운에 휘말려 씻으러 들어갔던 순간
결국 호텔에 들어갔는데, 룸 컨디션이 어떻고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술을 계속 마시니까 정신이 몽롱해지고, 일단 좀 씻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 내가 씻겠다고 방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했을 때 상대방의 태도가 묘하게 달라졌던 게 기억난다. 왠지 모를 찝찝함이 밀려왔지만, 이미 늦은 밤이라 집에 가기도 애매하고, 그냥 빨리 씻고 잠이나 자고 내일 아침에 바로 나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참 바보 같은 선택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왜 굳이 그 사람 말을 믿고 호텔까지 따라갔나 싶어 자다가도 이불을 차게 된다.
부산에서 결정사를 알아볼까 고민했던 시간들
이런 경험을 한 번 겪고 나니까 소위 말하는 부산결혼정보회사나 울산결정사 같은 곳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어플은 정말 사람이 어디서 뭐 하던 사람인지 알 수가 없으니까 너무 무섭더라. 주변에서는 바로연 가격이나 부산 듀오 가입비가 수백만 원단위라 너무 비싸다고 하는데, 차라리 돈을 좀 내더라도 신원이 확실한 사람들만 만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창원이나 울산 쪽 결정사도 찾아봤는데, 사실 어디가 더 나은지 알기도 힘들고 결정사라고 해서 다 좋은 사람만 나오는 건 아니라는 후기들도 많아서 선뜻 결제하기가 쉽지 않다. 비용 문제도 문제지만, 돈을 낸다고 해서 소개팅의 질이 비약적으로 좋아질 거라는 확신이 없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엉망이 된 소개팅의 뒤끝
결국 그날은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새벽에 도망치듯 나왔다. 그 이후로 어플은 다 지워버렸는데, 가끔 소개팅 이야기가 들려올 때마다 그때의 그 묘한 불쾌감이 떠오른다. 요즘은 그냥 혼자 있는 게 제일 속 편한 것 같기도 하고. 전현무가 방송에서 소개팅하다가 무례하게 행동해서 욕을 먹었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 사람도 참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런 사람들도 소개팅을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사람을 만나야 하나 싶다. 누군가를 새로 만난다는 게 이제는 좀 지치는 일 같다. 정답이 없는 문제라 그런지, 생각하면 할수록 답답하기만 하고 딱히 해결책도 없는 것 같다.

해운대에서 호텔로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는 거,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상황이 되면 그 사람의 생각도 좀 궁금해지더라고요.
술 마시고 판단력이 흐려진 거, 정말 공감돼요. 그때의 묘한 불안함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호텔 방 두 개를 제안하는 게 좀 당황스러웠어요. 술자리에서 판단이 흐려지는 게 실제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만들더라고요.
호텔로 갔다가 룸 상황이 좋지 않아서 더 혼났네요. 그럴 땐 차라리 그냥 헤어진 게 낫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