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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뭉치를 떼어보며 문득 든 생각

서류 발급만으로 이미 기가 빠지는 기분

어쩌다 보니 법적인 절차를 밟기 위해 서류를 떼러 동사무소에 갔다. 사실 이런 서류들을 직접 손에 쥐어보는 게 참 오랜만이다. 주민등록등본부터 시작해서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까지. 예전엔 그냥 ‘필요하다니까’ 하고 뽑았던 것 같은데, 막상 하나씩 내용을 확인하며 발급받다 보니 느낌이 좀 묘했다. 창구 직원분은 익숙하게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하시더니 서류를 건네주셨는데, 이 한 장의 종이에 내 인생의 어떤 챕터가 요약되어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비용은 얼마 안 들었다. 아마 한 부당 500원에서 1,000원 사이였던 것 같은데, 동전 몇 개로 사람의 관계가 증명된다는 게 참 효율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건조하다 싶었다.

5만 명이라는 숫자의 무게에 대하여

최근 뉴스에서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누적 결혼 회원 5만 명을 넘겼다는 기사를 봤다. 하루에 평균 7명씩 성혼이 이루어진다나. 솔직히 그 숫자가 주는 위압감이 좀 있었다. 5만 명이면 웬만한 소도시 인구인데, 그들이 모두 이 길고 복잡한 검증 과정을 거쳐서 누군가와 법적으로 묶였다는 뜻이니까. 나도 한때는 그런 서비스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 지인 소개는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무작정 사람을 만나는 건 이제 체력적으로도 좀 버거운 나이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저런 수치를 볼 때마다 ‘과연 데이터가 사람의 진짜 속사정까지 다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든다.

회사가 요구하는 정보와 사생활의 경계

기사를 읽다가 시화공단에 있는 어떤 중소기업 사장님의 인터뷰를 봤다. 채용할 때 종교나 부모 부양 여부 같은 걸 묻는 게 인권 침해 소지가 있어서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정보회사는 그보다 더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본다. 학벌, 직업, 연봉은 물론이고 때로는 부모님의 재산 상황까지 공유해야 한다고 들었다. 물론 그게 일종의 ‘보증수표’처럼 작용해서 서로 안심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라는 건 알겠는데, 가끔은 그런 서류들 속에 갇혀서 사람 그 자체가 희미해지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한다. 나조차도 누군가를 평가할 때 너무 쉽게 서류상의 조건으로 결론을 내려버리는 건 아닌지, 요즘은 서류를 떼어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이혼 소송과 증거라는 현실적인 문제들

주변에 이혼을 준비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런지 관련 글들을 좀 찾아봤는데, 법적 절차는 정말이지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것 같다. 재산명시니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이니, 예전엔 드라마에서나 보던 단어들이 현실적인 고민으로 다가올 때의 그 막막함이란. 특히 혼인 기간 동안의 기여도를 따지는 일은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과정 같아 보였다. 2천만 원이 적네 많네 하며 다투는 상황들을 보고 있자니, 처음 시작할 때의 그 설렘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변질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어쩌면 결혼이라는 제도가 가진 무게라는 게, 법적인 증명서로 묶이는 그 순간부터 이미 예고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증명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갈증

오늘 뗀 서류들에는 내 혼인 상태가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다. ‘혼인 중’ 혹은 ‘혼인 해제’ 같은 몇 글자가 사람의 삶을 정의하는 기준이 된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나는 가끔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과 시간을 보냈는지를 서류가 아닌 내 기억으로만 증명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세상은 자꾸 나에게 ‘증명서’를 요구한다. 다음 주에는 또 다른 서류를 떼러 가야 하는데, 그땐 오늘보다 조금 더 담담할 수 있을까. 딱히 결론은 나지 않았다. 그저 서류 속의 나를 보며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을 뿐이다.

“서류 뭉치를 떼어보며 문득 든 생각”에 대한 4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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