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혼인관계증명서 떼러 갔다가 생각보다 한참 걸린 날

서류 하나 떼는 게 왜 이렇게 복잡한지

며칠 전에 급하게 혼인관계증명서가 필요해서 동사무소에 다녀왔다. 예전에는 그냥 무인 발급기에서 뚝딱 하면 나오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그게 또 상황에 따라 다르더라. 나는 이번에 국가보훈 관련 서류를 좀 챙겨야 해서 상세 버전으로 뽑아야 했다. 단순히 이름만 나오는 게 아니라, 과거 기록까지 다 포함된 ‘상세’로 발급받아야 한다고 해서 창구로 직접 향했다. 집에서 나오기 전에 정부24 사이트에서 미리 확인해볼까 하다가, 괜히 공인인증서 갱신하는 게 더 귀찮을 것 같아서 그냥 몸으로 때우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앞에 대기 인원이 다섯 명이나 있더라. 번호표를 뽑고 멍하니 앉아 있는데, 문득 예전에는 이런 서류 하나 떼려고 반차를 썼던 기억이 났다. 지금 생각하면 참 유난스러웠다 싶기도 하고, 그땐 그게 최선이었으니까.

대기 시간의 무료함과 예상치 못한 변수

창구 직원분이 내 앞사람이랑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자니 참 별별 일이 다 있구나 싶었다. 출생, 혼인, 사망 관련 서류들은 언제나 참 무겁다. 내 차례가 되어 다가갔더니, 신분증을 내밀면서 혼인관계증명서 상세로 한 통 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직원이 서류를 조회하다가 갑자기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게 아닌가. 내가 작성해야 할 신청서 항목 중에 ‘등록기준지’를 비워뒀는데, 이걸 정확히 모르면 발급이 아예 안 되거나 시간이 꽤 걸린다고 했다. 아니, 내 증명서를 떼는데 왜 내가 등록기준지까지 정확히 알아야 하는 건지. 결국 휴대폰으로 가족관계등록시스템에 들어가서 확인해보고 나서야 서류를 받을 수 있었다. 수수료 천 원인가? 천 오백 원인가를 냈는데, 이게 현금으로만 되는지 카드로만 되는지 헷갈려서 지갑을 뒤적거렸다. 결국 카드로 결제하긴 했지만,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눈치 보여서 좀 민망했다.

행정 서비스의 친절함과 묘한 거리감

이천시 쪽에서 최근에 가족관계 담당자 교육을 했다는 기사를 봤던 기억이 났다. 거주불명자 처리 절차나 개인정보 보호 가림막 설치 같은 걸 강화한다고 하던데, 확실히 요즘 창구는 프라이버시 보호가 꽤 잘 되어 있다. 내 뒤에 서 있는 사람한테 내 서류 내용이 안 보이게 가림막을 쳐주는 건 좋은데, 반대로 내가 직원분 얼굴을 보면서 대화하기가 좀 불편해진 느낌이 든다. 목소리가 잘 안 들려서 몇 번이나 다시 물어봤다. 예전에는 그냥 옆에 앉아서 같이 화면 보며 서류 떼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한 사무적 거리두기가 자리 잡은 것 같다. 이게 맞는 거겠지. 개인정보가 워낙 중요해진 세상이니까.

서류 뭉치를 들고 돌아오는 길

서류 한 장을 받아 들고 나오는데, 옆에 있던 노부부가 등본을 떼러 오셨는지 서로 옥신각신하고 계셨다. 평생을 같이 살았는데도 서류 하나 떼는 게 이렇게 익숙하지 않다는 게 참 이상하면서도 공감이 갔다. 나도 이번에 보훈등록증 발급 절차 때문에 관련 서류를 챙기면서, 왜 이렇게 증명서 종류가 많은 건지 머리가 아팠다. 기본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제출처마다 요구하는 게 다 다르다. 담당 공무원이 본인 정보 제공 동의만 하면 알아서 처리해주는 경우도 있다는데, 왜 나는 항상 직접 떼어와야 하는 상황만 생기는 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다 전산화해서 알아서 처리되면 얼마나 좋을까.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

어쨌든 서류는 다 챙겼고 이제 제출만 하면 되는데, 과연 이걸로 한 번에 통과가 될지 모르겠다. 가끔 서류를 다 갖춰갔는데도 ‘이게 아니라 저게 필요하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때의 그 허탈함이란.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집에 와서 봉투에 서류를 고이 넣으면서 생각했다. 결혼이라는 게, 혹은 가족이라는 게 서류 한 장에 요약되어 나오는 게 참 건조하면서도 신기하다는 생각. 9천억 원대 재산 분할 판결 같은 큰 뉴스를 보면 혼인의 가치가 어쩌고 하는 기사들이 나오는데, 정작 내 손에 들린 종이 한 장은 그냥 1,000원짜리 행정 서류일 뿐이다. 이 괴리감이 참 오묘하다. 내일 관공서에 가서 서류를 제출할 때, 담당자가 별말 없이 받아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왠지 또 뭔가 부족하다고 하면 정말 귀찮을 것 같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