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였나, 친한 후배가 자꾸 사람을 한번 만나보라며 성화를 부렸다. 40대가 넘어가니까 이제는 누가 누구를 소개한다는 게 참 묘한 일이다. 예전처럼 커피숍에서 한 시간 앉아 서로의 연봉이나 취미를 묻는 그런 자리는 이제는 좀 지겹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그래도 이번엔 꽤나 구체적으로 제안이 들어왔다.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자리 잡은 사람인데, 뭐 나랑 비슷한 환경이라나. 일단 번호를 교환하고 약속을 잡는 과정부터가 진이 빠졌다. 강남역 근처의 카페는 주말 오후만 되면 어디든 만석이라, 결국 대기 줄이 긴 프랜차이즈 대신 조금 한적한 골목 안쪽의 작은 카페를 골랐다. 사실 커피 한 잔에 7천 원이 넘는 곳이었는데, 이런 게 뭐라고 결정을 내리는 것조차 에너지가 많이 들어갔다.
대중교통 이용하는 남자에 대한 묘한 분위기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문득 예전에 읽었던 인터넷 커뮤니티 글이 생각났다. 소개팅남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여유 없어 보인다는 씁쓸한 댓글들 말이다. 그 글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막상 내가 직접 나가려니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도 그냥 편하게 지하철을 타고 갔지만, 혹시나 상대방이 나를 보고 ‘아, 이 사람은 자차도 없나’라고 생각할까 봐 괜히 옷매무새를 다듬게 되더라.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참 피곤하다 싶었다. 예전에는 그냥 사람 자체가 궁금했는데, 이제는 이동 수단이나 옷차림 같은 부수적인 것들이 만남의 전제 조건처럼 깔려 있는 것 같다. 다들 여유가 없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냥 우리가 너무 영악해진 걸까.
40대 소개팅의 현실적인 고민들
카페에 앉아 기다리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60대쯤 되어 보이는 분들이 꽤 활기차게 대화하는 게 보였다. 요즘은 6070 세대가 4050보다 체력적으로 더 낫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고작 40대인데도 주말 오후만 되면 이렇게 축 처져서 소개팅이라는 목적 때문에 억지로 에너지를 짜내고 있으니 말이다. 예전에는 ‘나는 절로’ 같은 프로그램처럼 종교적인 활동과 연계된 자연스러운 만남이 인기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사실 우리 세대는 그런 모임에 참여하기엔 너무 늦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2030 세대의 풋풋함과는 다르게, 우리는 만나기 전부터 이미 많은 조건을 따지게 된다. 상대가 대전에서 여기까지 올라오는 수고를 했으니 나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어색함을 키우는 기분이었다.
기대와는 조금 달랐던 대화의 흐름
결국 그날 만난 상대는 사진과는 조금 달랐고, 대화의 결도 내 예상과는 미묘하게 어긋났다. 상대방은 자꾸 본인이 하는 일의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나는 그냥 오늘 날씨가 좋다거나, 어제 본 영화가 어땠는지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2시간 남짓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헤어질 때도 ‘다음에 또 봐요’라는 말이 형식적인 인사라는 걸 우리 둘 다 알고 있었다. 그 짧은 만남에 쓴 돈은 대략 3만 원 정도. 차비까지 합치면 꽤 큰 비용을 치렀지만, 남은 건 그냥 피로함뿐이었다. 어쩌면 나는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주변의 등쌀에 떠밀려 나온 건지도 모른다.
이별 상담보다 어려운 새로운 만남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이런 만남을 몇 번 더 반복하면 익숙해질까, 아니면 점점 더 사람을 만나기 싫어질까. 차라리 누구와 헤어지고 나서 하는 이별 상담이 더 명쾌할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그때는 감정의 끝을 확인하는 거니까 말이다. 40대의 소개팅은 희망을 기대하기보다는, 그냥 일상 속의 작은 숙제를 마친 기분이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선뜻 나서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또 혼자 있는 게 지루해지면 아무 생각 없이 약속을 잡을지도 모르지. 지금 이 기분이 정확히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주말이 지나갔다는 사실만 남았다.

지하철 타고 가는 동안, 왠지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더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소개팅 자리 자체보다 그 자리까지 가는 길이 더 힘들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카페에서 만난 60대 분들 보면서, 6070 세대가 생각보다 활기차게 지내는 모습 보니 신기하네요.
창밖 풍경 보면서 생각해보니, 왠지 저분들처럼 활기차게 지내는 게 저한테도 필요하겠어요.
지하철 타고 가는 내 모습이 생각나네요. 마치 소개팅 준비물처럼 신경 쓰는 게 웃기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