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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앱을 지웠다가 다시 설치하는 저녁에 대하여

돌싱 커뮤니티와 소개팅 앱 사이의 모호함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이런 곳들에 거부감이 좀 있었다. 친구들은 가볍게 재혼 사이트나 앱을 써보라고 권했지만, 뭔가 내 인생의 실패를 상품화해서 진열해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근데 막상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생각이 좀 달라지더라. 예전에 친구가 알려준 어떤 소개팅 앱을 깔았는데, 가입 절차부터가 좀 피곤했다. 이것저것 인증하고 사진 올리고, 나에 대해 설명하는 칸을 채우는데 무슨 이력서 쓰는 기분이더라. 특히 ‘결혼 유무’를 체크하는 항목에서 한참을 멈췄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손이 떨리는지. 결국에는 가입을 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너무 젊은 친구들 위주라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 요즘 20대들이 40대 중반인 나를, 그것도 돌싱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까 싶어 괜히 자격지심만 더해졌다.

후불제 결혼정보업체 방문했던 그날의 기억

앱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이름만 대면 아는 강남의 후불제 결혼정보업체에 상담을 받으러 간 적이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묘하게 고급스러운 향기가 났는데, 그게 오히려 더 숨 막히게 느껴지더라. 상담사분이 굉장히 친절하게 내 조건들을 체크했는데, 막상 비용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입비만 몇 백만 원 단위였고, 성혼 사례비는 또 별도라고 하더라. 이게 무슨 집 사는 것도 아닌데 이런 돈을 써야 하나 싶었다. 상담사분은 나한테 ‘돌싱녀’라는 조건이 오히려 안정적인 가정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이 될 수 있다고 했지만, 그게 정말 위로가 되는 말인지 아니면 영업 멘트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데 길거리에 사람들이 왜 이렇게 행복해 보이는지, 괜히 혼자 비싼 커피 한 잔 들고 서성이다가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TV 프로그램 속의 타인들을 보며 드는 생각들

요즘 ‘나는솔로’ 같은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거기 나오는 분들 보면 참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저렇게까지 해서 다시 사랑을 찾고 싶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특히 지난번 32기 방송이었나, 사별이나 이혼 사유를 밝히면서 눈물 흘리는 장면들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같이 울었다. 저 사람들도 나랑 같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 다들 자기만의 무게를 지고 사는구나 싶어서. 근데 신기한 건, 그 방송을 보면서도 ‘나도 저기 나가서 다시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보다는, 저렇게까지 해서 누군가에게 선택받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 피곤해 보인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나이가 들수록 그냥 편한 게 최고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실감하게 된다.

6%의 확률과 내 주변의 흔한 풍경

재혼을 꼭 해야 한다는 여성 비율이 6%대까지 떨어졌다는 기사를 봤다. 처음엔 놀랐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주변만 봐도 다들 비슷한 것 같다. 다들 이혼하고 처음 1, 2년은 어떻게든 다시 짝을 찾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어느 순간 그냥 지금의 자유로움에 익숙해지는 듯하다. 나 역시도 한때는 재혼이 인생의 마침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가끔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영화 보고, 여행 갈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는 정도다. 근데 이게 말이 쉽지, 현실에서는 그 ‘적당한 사람’을 만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소개팅을 해도 전 배우자와 비교하게 되고, 괜히 상대방의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가 거슬리게 되니까 말이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일상과 의문들

결국 돌싱모임 같은 곳에도 잠깐 기웃거려 봤다. 거긴 더 노골적이더라. 다들 사람 구한다는 목적이 분명하니까 대화가 빠르긴 한데, 너무 목적 중심적이라 금방 지쳤다. 어떤 날은 밤늦게 술기운에 가입해둔 앱들을 죄다 삭제했다가, 일주일 뒤에 외로움이 몰려오면 다시 설치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도대체 나는 뭘 원하는 걸까. 정말 재혼을 원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 인생이 여전히 ‘상품성’이 있다는 걸 확인받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 오늘도 퇴근길에 습관적으로 소개팅 앱을 켰다가, 프로필 사진을 고르지 못하고 그냥 꺼버렸다. 누가 그러더라, 이런 고민 자체가 사치라고. 그냥 혼자 잘 사는 게 답이라는데, 가끔 비 오는 날 퇴근길에는 그게 왜 이렇게 답답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해결책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냥 이렇게 며칠 더 보내다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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