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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앱을 지우고 사무실 상담까지 다녀왔던 날

어느 날 문득 핸드폰 화면을 보는데 설치된 소개팅 앱만 세 개였다. 하나는 결제를 안 하면 메시지 확인조차 안 되고, 다른 하나는 매일 아침마다 무슨 게임처럼 이상형 테스트를 하라며 알람을 보내왔다. 사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냥 주말에 딱히 할 일도 없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게 꽤 재미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무슨 상품을 고르는 기분이 들어서 영 찜찜했다.

후불제 결정사라는 곳의 문턱

결국 답답한 마음에 친구가 예전에 잠깐 알아봤다던 후불제 결혼정보회사를 찾아가 봤다. 강남 어디쯤이었는데 사무실이 생각보다 훨씬 차분하고 조용했다. 상담 실장님은 내 나이대를 듣더니 요즘 40대 소개팅은 예전처럼 무겁지 않다고 했다. 그냥 자연스럽게 차 마시면서 대화 나누는 자리를 만드는 거라면서. 하지만 막상 비용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성사될 때마다 내는 비용이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꽤 큰 액수였는데, 이 돈을 내고서라도 정말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상담 내내 ‘이게 지금 내가 뭐 하는 거지’ 싶은 마음이 자꾸 들었다.

주말 취미 모임의 묘한 분위기

차라리 돈 안 드는 취미 모임을 나가보는 게 낫겠다 싶어 원데이 클래스도 몇 번 신청했다. 향수를 만드는 수업이었는데,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는 확실히 앱에서 대화하는 것과는 결이 달랐다. 서로 뭘 하는 사람인지 구구절절 묻지 않아도 되고, 그저 향 냄새 맡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도 결국 누군가와 연락처를 교환하게 되면 다시 ‘앱에서의 그 미묘한 긴장감’이 돌아온다는 거다. 메시지를 보내고 답장이 올 때까지 핸드폰을 쳐다보는 내 모습이 솔직히 좀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이럴 때마다 김요한이 방송에서 했던 말, 여자 말을 잘 들어야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는 식의 농담이 문득 떠올랐는데, 정작 내 현실은 누가 나한테 맞춰줄지 내가 누굴 맞춰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매칭이라는 단어의 무게

‘매칭’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 건조함이 나를 더 지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어제는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라는 제목의 책을 집어 들었다. 괜히 그 제목이 내 마음 같아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누군가 나를 골라주고, 나도 누군가를 평가하는 그런 시스템 안에서 내가 너무 자연스럽지 못한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사실 예전에 만났던 사람과 재결합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미 끝난 인연을 다시 붙잡는 건, 어쩌면 나 혼자만의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접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감정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왜 그렇게 조급했나 싶다. 동네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세 시간 동안 앉아 책을 읽다가, 문득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들은 어떤 경로로 만났을까. 소개팅 앱일까, 아니면 정말 우연히 마주친 인연일까.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누군가 내 앞에 짠하고 나타나 주길 바라는 마음이 남아있는 것 같다. 이 알 수 없는 모순이 해결되지 않아서 그냥 오늘도 커피 한 잔을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애를 잘하는 방법 같은 건 사실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그냥 오늘 하루를 별일 없이 잘 보내는 게 먼저라는 생각만 든다.

내일은 그냥 도서관에나 갈 생각이다

결정사 가입비를 결제하는 대신, 그냥 동네 도서관이나 가서 책이나 실컷 읽다가 오려고 한다. 거기 가면 적어도 누군가 나를 평가하거나, 나도 누군가를 점수 매길 필요는 없으니까. 어쩌면 내가 찾던 건 만남 자체가 아니라, 이런 소소한 평온함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주 잠시 들었다. 물론 내일 밤이 되면 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런 복잡한 생각에서 좀 떨어져 있고 싶다.

“결국 앱을 지우고 사무실 상담까지 다녀왔던 날”에 대한 3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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