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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를 꼬박 태우고 돌아온 로테이션 소개팅의 기록

어색한 공기가 흐르던 10분의 시간

지인들 성화에 못 이겨 창원 시내 한 카페에서 열리는 로테이션 소개팅에 다녀왔다. 사실 큰 기대는 안 했다. 그냥 주말에 집에만 있기 뭐해서 신청한 게 화근이었다. 참가비는 4만 5천 원 정도였는데, 음료 포함 가격이라 생각하면 아주 비싼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글쎄, 커피 한 잔에 4만 5천 원을 태운 기분이다. 테이블마다 10분씩 앉아 있다가 종이 울리면 자리를 옮기는 식이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사람을 엄청나게 지치게 만든다. 5명 정도를 연달아 만나고 나니 내가 누굴 만났는지, 방금 대화한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었는지 머릿속에서 다 섞여버렸다.

첫인상이라는 좁은 틀에 갇히는 순간

사람을 처음 보고 10분 만에 파악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다들 예의 바르게 웃고 있긴 했지만, 그 웃음 뒤에 숨겨진 ‘이 사람이 나랑 맞을까’라는 계산적인 눈빛들이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어떤 분은 자기소개를 하자마자 대뜸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고는,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본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화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그냥 정보를 수집하고 자기 어필을 하는 느낌. 그 순간 갑자기 맥이 탁 풀렸다. 내가 너무 사소한 부분에만 집중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이 짧은 시간 안에 상대의 깊은 면을 보길 기대한 내가 바보 같았다.

매니저들의 쉼 없는 영업 전략

행사가 끝나갈 무렵부터는 현장 매니저들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꽤 그럴듯한 멘트들을 던지며 ‘연락처 교환’을 권유하는데, 이게 참 미묘했다. 행사 당일 무료로 번호를 교환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만약 더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매니저를 통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식이다. 이게 뭔가 싶어 일단 거절하긴 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그때 그 사람이랑 좀 더 얘기해볼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 10분의 강렬함(?) 때문이지, 진짜 그 사람 자체가 궁금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대구와 광주, 그리고 반복되는 만남의 패턴

옆 테이블에서 대구에서 왔다며 씩씩하게 말하던 분이랑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그분도 이런 종류의 단체 미팅은 처음이라고 했다. 광주나 대구 같은 타지에서도 이런 로테이션 소개팅이 활발하게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다들 외로움을 달래는 방식이 참 비슷하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물량 공세’ 같은 만남이 내게 맞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예전에 친구에게 들었던 소개팅 성공담처럼 운명적인 만남이 이곳에서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아니, 애초에 이런 자리에 그런 로맨틱한 기대를 품는 것 자체가 모순인지도 모르겠다.

지나고 나니 남는 건 피로감뿐

집에 와서 씻고 나오니 벌써 저녁 8시다. 오늘 하루를 꼬박 로테이션 소개팅에 썼는데, 남은 건 이름 몇 개와 명함 한 장, 그리고 극심한 피로감이다. 다음 주에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갈 것 같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망설일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이렇게까지 시스템화되고 효율을 따져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주말 오후에 동네 책방에나 갈 걸 그랬나. 아직도 그 카페의 너무 높았던 볼륨과 어색했던 공기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내일 출근해서는 또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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