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근처에 있는 한 결혼정보회사 사무실에 다녀왔다. 원래 이런 곳에 제 발로 찾아갈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주변에서 하도 주변 지인들이 결혼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소개팅도 더 이상 들어오지 않으니 나만 정체된 기분이 들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이었나, 내리자마자 꽤 조용한 복도가 나왔고 상담 실장님은 생각보다 더 차분한 분위기였다.
낯선 숫자로 나를 설명하는 시간
상담을 시작하자마자 태블릿을 꺼내더니 소위 말하는 ‘등급’이라는 걸 매기기 시작했다. 연봉, 부모님 직업, 자산 규모, 그리고 학벌. 내가 10년 넘게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모든 삶의 궤적이 단 몇 개의 항목으로 나뉘는 게 기분이 좀 묘했다. 실장님은 특히나 반도체 대기업이나 전문직들이 요즘 결혼시장에서 ‘변호사급’ 대우를 받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나보고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스펙이라며 웃어 보이는데, 그게 칭찬인지 아니면 그냥 매칭 상품을 팔기 위한 영업용 멘트인지 분간이 잘 안 갔다. 가입비가 300만 원에서 많게는 800만 원까지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입이 벌어졌다. 커피 한 잔 마시며 가볍게 생각할 금액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내가 원했던 만남과 매칭 시스템의 간극
결정사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마음이겠지. 자연스러운 만남은 이제 기대하기 힘들고, 조건이 어느 정도 맞는 사람을 효율적으로 만나고 싶은 마음. 근데 상담을 진행할수록 내가 진짜 사람을 만나러 온 건지, 아니면 서류상의 스펙을 맞추러 온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시스템상으로는 꼼꼼하게 매칭해준다고 하지만, 막상 매칭된 사람들의 리스트를 보면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장님은 “데이터가 알려주는 궁합이 의외로 정확하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 데이터가 내 성격의 모난 부분이나 상대방의 말투 하나하나까지 설명해줄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다. 30분 정도 상담이 이어지자 조금 피로해졌다. 대화는 오가지만 서로 다른 지점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씁쓸한 기분
상담을 마치고 나오니 저녁 7시가 훌쩍 넘었다. 강남대로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고 다들 각자의 목적지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왜 굳이 이런 시스템 속에 나를 집어넣으려고 했을까. 며칠 전에는 충북도에서 한다는 ‘청춘설렘’ 같은 지자체 만남 프로그램도 검색해봤는데, 그런 건 또 너무 대규모라 왠지 민망할 것 같고. 결혼정보회사 비용을 생각하면 그 돈으로 차라리 취미 생활을 더 하거나 나를 가꾸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솔직히 말하면, 누군가에게 내 연봉과 자산을 평가받는 과정 자체가 사람을 참 작아지게 만드는 것 같다.
결혼이라는 목표와 수단에 대한 생각
결국 그날 바로 가입은 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씻고 나와보니 다시 평소의 나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친구들에게 말하면 ‘그 돈이면 해외여행을 가겠다’거나 ‘그 시간에 운동을 더 해라’라고 하겠지만, 막상 내가 겪어보니 마음이 급해진 사람들에게는 그 800만 원이라는 가격표조차 하나의 ‘지푸라기’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비용을 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짝을 만난다는 보장도 없다. 누군가는 성과급이 높아서 결혼 시장에서 몸값이 올랐다고들 하는데, 그게 정말 사람의 가치인지 아니면 그저 통장에 찍힌 숫자의 가치인지 가끔은 헷갈린다. 이번 달은 좀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딱히 해결된 건 없지만, 적어도 나라는 사람이 결혼 시장에서 어떤 수치로 읽히는지는 확실히 알게 된 하루였다.

데이터가 정확하다는 말씀도 좋았지만, 결국 원하는 사람과 대화가 잘 안 맞는다는 점이 좀 아쉬웠어요.
연봉과 자산 같은 기준이 너무 딱딱하게 느껴지네요. 사람의 가치를 이렇게 숫자로만 평가하는 건 좀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