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은 쉬웠는데 탈퇴는 왜 이렇게 복잡한지
몇 년 전 일이다. 주변에서 하도 성화여서 정말 충동적으로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상담을 받으러 갔었다. 그냥 한번 분위기나 볼까 싶어 들어갔는데, 1시간 넘게 이어진 상담 끝에 얼떨결에 회원 가입까지 마쳤던 것 같다. 당시 가입비로 수백만 원 정도를 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왜 그렇게 급하게 서둘렀는지 모르겠다. 상담사는 나를 앞에 앉혀두고 당장이라도 좋은 인연을 만날 것처럼 말했지만, 막상 가입하고 나니 담당 매니저는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이 뜸해지기 일쑤였다. 사실 처음부터 기대가 컸던 건 아니었지만, 돈을 내고 나니 묘하게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가입 항목에는 학력부터 신장, 체중, 심지어는 혼인 경력이나 종교 같은 사적인 내용까지 세세하게 적어 넣었다. 당시에는 이게 다 프로필을 완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라고 믿었으니까 아무런 의심 없이 정보를 넘겨줬던 것 같다.
뉴스에서 본 익숙한 이름에 마음이 철렁했던 날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 뉴스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소식을 접했다. 듀오 정회원 4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털렸다는 기사였다. 기사를 읽는데 내 이름이랑 생년월일, 주소는 물론이고 내가 적어냈던 그 민감한 정보들까지 다 빠져나갔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등줄기가 서늘했다. 과징금이 11억 원이 넘게 나왔다고 보도되던데, 그 큰 금액이 내 정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상해주지는 않지 않나. 그때부터 모르는 번호로 오는 스팸 문자가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사실 유출되기 전에도 대출이나 보험 관련 전화는 꽤 왔었지만, 이제는 내 신상 정보 자체가 어딘가 떠돌아다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요즘은 쿠팡이나 티빙 같은 서비스에서도 개인정보 이슈가 심심찮게 들려오니, 이제는 어디에 내 정보를 입력하는 것 자체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온라인상의 정보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요즘은 유튜브나 SNS에서 상속이나 증여 관련해서도 세금 공제 혜택이라며 혼인신고 이야기를 자주 하길래 무심코 들여다보게 됐다.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 한도가 평생 1억 원이라던데, 이런 정보들을 보면 참 세상이 복잡하게 돌아간다는 생각만 든다. 결혼이라는 게 단순히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인데, 어느새 데이터가 되고 자산 가치를 따지는 수단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예전에 가입했던 정보들은 이미 어딘가 데이터베이스의 한 줄로 박제되어 있을 텐데, 그걸 다 지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본 적도 있다. 탈퇴를 한다고 해도 그 기록이 정말로 서버에서 완벽히 삭제될까? 사실 이런 의구심은 아무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냥 내 정보를 어디엔가 맡겼다는 사실 자체가 불안한 요소로 남는 것이다.
뒤늦게 느끼는 허탈함과 남겨진 의문들
결국 나는 매니저와 몇 번의 만남을 가진 뒤 흐지부지 관계를 정리했다. 소개받은 분들과의 만남이 딱히 즐거웠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딱히 인생의 짝을 찾았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 수백만 원을 썼지만 남은 건 스팸 전화와 내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불쾌한 기사 한 줄뿐이다. 가끔 친구들이 결혼정보회사에 대해 물어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선뜻 추천을 하지 못하고 그냥 웃어넘긴다.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내 개인정보를 업체 서버에 올리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남들은 혼인 비행을 하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고들 하는데, 나에게는 데이터의 잔해만 남은 것 같다. 오늘도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받으며 괜히 예전 기억이 떠올라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불안해할 거라면 애초에 가입하지 말걸 하는 후회만 짧게 스치고 지나간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정보 입력하는 순간부터 계속 불안했었는데, 결국 이런 결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