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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벌써 스무 번째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

어쩌다 보니 매주 주말이 사라졌다

거창한 사명감을 가진 건 아니었다. 그냥 30대 중반이 되니 주변에서 하나둘씩 결혼 소식을 전해왔고, 어느 순간 나만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창원에 사는 친구 녀석이 울산 쪽 지인을 소개해주겠다며 들뜬 목소리로 연락을 해왔을 때,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사실 그전에도 소개팅을 안 했던 건 아닌데, 올해는 유독 페이스가 빨랐다. 이번 달에만 벌써 네 명을 만났다. 주말 오후 2시, 혹은 저녁 7시. 항상 비슷한 패턴이다. 약속 장소는 늘 적당히 분위기 좋은 카페나 파스타 집이다. 메뉴판을 펴고 서로의 직업이나 취미를 묻는 과정은 이제 대본 없이도 읊을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다. 가끔은 내가 사람을 만나는 건지, 아니면 이력서를 교환하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밥값보다 더 무거운 분위기

얼마 전 다녀온 소개팅에서는 꽤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장소는 시내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는데, 인당 3만 원 정도 하는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시켜놓고 정적만 흘렀다. 상대방은 결혼정보회사를 통하지 않은, 지인의 지인이었다. 서로의 신원을 명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대화는 항상 조심스럽다. 상대방이 조심스럽게 꺼낸 ‘결혼 적령기’라는 단어가 왜 그렇게 무겁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그냥 웃으며 넘겼을 농담들도 이제는 왠지 모르게 나를 평가하는 잣대처럼 들린다. 밥을 먹는 내내 내 입에 들어가는 게 파스타인지, 아니면 나의 지난 연애사인지 알 수 없었다. 계산서를 보며 서로 눈치싸움을 하다가 결국 내가 샀는데, 왠지 모르게 지갑보다 마음이 더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을 거쳐 가며 생기는 무뎌짐

소개팅이 잦아지니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상대방이 자기소개를 하기 전에 이미 마음속으로 점수를 매기는 거다. 성격이 급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 몇 마디 나눠보면 대충 이 사람이랑 내가 맞는지가 그려진다. 어떤 날은 소개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내가 누굴 만났는지조차 가물가물했다. 창원이나 울산 같은 근교 도시를 오가며 드는 기름값과 시간도 문제지만, 감정 소모가 제일 크다. 한 번은 2시간 동안 앉아 있었는데도 상대방의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아 집에 와서 메신저 프로필을 다시 확인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막상 다음 주말이 되면 또 약속을 잡고 있는 내 모습이 참 모순적이다.

혼자라는 사실이 가끔은 더 편할 때가 있다

사실 결혼이 절실한 건지, 그냥 외로움을 견디기 싫은 건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곤 한다. 가끔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방이 참 고맙게 느껴진다. 어제는 소개팅에서 돌아와 불을 다 끄고 침대에 누웠는데, 정적 속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 밖에서는 짝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정작 집에 오면 혼자라는 사실에 안도하는 이 이중적인 태도가 스스로도 좀 웃기다. 주변에서는 다들 빨리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 하지만, 그 ‘좋은 사람’의 기준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가끔은 그냥 다 내려놓고 쉬고 싶은데, 주변의 시선이나 흘러가는 시간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정답 없는 관계의 피로감

누구는 90번도 넘게 소개팅을 했다던데, 그 에너지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지금 스무 번도 채 안 되었는데 벌써 진이 다 빠진 기분이다. 다음에 잡힌 소개팅은 울산인데, 이번에는 또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 뻔한 질문들과 뻔한 답변들이 오가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정말 아무런 의도 없이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날 수 있는 인연이 있을까 싶어 다시 길을 나선다. 결실을 보게 되었다는 친구들의 소식이 부럽기도 하지만, 지금 당장 내가 내리는 선택이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아마 다음번 소개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나는 똑같이 혼란스러워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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