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그냥 한번 호기심 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반으로 결혼정보회사 상담을 예약했다. 강남역 근처에 있는 곳이었는데, 솔직히 예약을 잡기 전까지도 ‘내가 여기를 왜 가야 하나’ 싶었다. 입구에 들어서니 화려한 꽃장식과 함께 상담 매니저가 밝게 웃으며 맞이해주더라. 왠지 모르게 평소에 자주 쓰던 시몬스 슈퍼싱글 침대에서 밍기적거리던 주말 아침과는 전혀 다른 긴장감이 흘렀다. 나를 담당한 매니저는 가입비가 대략 300만 원에서 700만 원 사이인데, 이게 본인의 등급이나 매칭 횟수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700만 원이라니. 그 돈이면 몇 년 동안 사고 싶었던 위스키 몇 병을 사고도 남을 금액인데 싶어서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상담 중에 매니저가 나의 학벌과 직장, 그리고 연봉을 묻더니 자연스럽게 ‘등급’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게 참 묘했다. 마치 대학교 입시 때 썼던 서류처럼 내 삶이 숫자로 환산되는 기분이었다. 특히 내가 어디 대기업을 다니는지, 아니면 전문직인지를 강조할 때마다 매니저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는 걸 봤다. 내가 평소에 즐겨 듣는 아이돌의 싱글 앨범이나 최근에 다녀온 소소한 여행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오직 ‘객관적인 지표’였다. 상담을 받는 내내 이게 사람을 만나는 자리인지, 아니면 기업 인수합병을 위한 실사를 받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소개팅 앱과 다를 게 없다는 허탈함
사실 요즘은 흔히들 말하는 연애 심리테스트나 이상형 테스트 같은 게 인터넷에 널려있지 않나. 나도 가끔 심심할 때 해보는데, 여기서 하는 상담도 결국 그 연장선 같았다. 몇 가지 설문을 적어내고 나니 결과가 바로 나왔는데, 내용이 너무 뻔했다. ‘당신은 이런 스타일의 배우자가 잘 맞습니다’라는데, 그게 정말 내가 평소에 만나왔던 사람들이랑 잘 맞을지, 아니면 그냥 데이터상으로 매칭이 잘 될 것 같은 사람들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상담 시간이 1시간 반 정도 지나자 매니저는 당장 오늘 가입하면 할인 혜택이 있다고 재촉했다. 나는 머뭇거렸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사람을 만나야 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오니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상담실을 나와서 강남역 인근 카페로 향했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리는데, 갑자기 현실감이 확 돌아왔다. 결혼정보업체라는 공간 안에서는 세상이 오직 ‘조건’과 ‘성공’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는데, 막상 밖으로 나오니 다들 각자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트에서 위스키 한 병을 살까 고민하다가 그냥 발길을 돌렸다. 글렌피딕 같은 싱글몰트를 마시며 위로받기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가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매니저는 마지막에 ‘결혼은 타이밍’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왜 이렇게 공허하게 들렸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
지금도 가끔씩 그날 상담했던 내용이 떠오른다. 만약 내가 그 돈을 지불하고 가입했더라면, 지금쯤 벌써 몇 번의 만남을 가졌을까? 아니면 똑같이 퇴근 후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예전처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까? 잘 모르겠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최선일 때가 있는데, 그때의 나는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누구를 만나느냐보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지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여전히 확신은 없다. 다음번에 다시 이런 결정을 해야 할 상황이 오면 또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 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정보회사 비용이 정말 부담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할 때, ‘이런 투자에 왜 시간과 돈을 쏟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던 기억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