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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는 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안 뜨거워진다

지난주 주말 강남역 카페에서의 시간

지인이 건네준 번호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주말 오후 강남역 인근의 꽤 시끄러운 카페에서 만났다. 요즘은 다들 커피 한 잔에 7천 원은 우습게 넘기는 것 같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상대방은 꽤 성실하고 대화도 잘 통했다. 대화 주제가 끊이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허전했다. 분명 나쁜 사람은 아니었는데, 왠지 모르게 설렘이라는 감정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해야 하나. 다들 30대가 되면 사람 만나는 게 업무 같아진다고 하던데, 정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로테이션 소개팅 앱의 피로감

얼마 전에는 기분 전환 삼아 로테이션 소개팅 앱을 깔아서 몇 번 나갔었다. 한 번 나갈 때마다 대략 3~4만 원 정도의 참가비를 내고 서너 명을 돌아가며 마주 앉는 방식이다. 사실 효율성으로만 따지면 괜찮은데, 이게 한두 번 반복되니까 사람 얼굴이 가물가물해진다. 1대다 블라인드 소개팅이나 경제 토론하는 예능 같은 거 보면 뭔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현실은 그냥 정해진 시간 동안 서로의 스펙을 훑어보고 다음 순서가 오길 기다리는 건조한 과정의 반복일 뿐이다. 어쩌다 매칭이 되어 연락처를 주고받아도 딱히 달라지는 게 없어서 요즘은 앱을 켜는 것 자체가 조금 버겁게 느껴진다.

무서운 세상과 어색한 신뢰

최근 뉴스에서 소개팅 앱으로 만난 사람들에게 몹쓸 짓을 한 경찰관 이야기가 도배되는 걸 봤다. 피해자가 15명이라니, 정말 소름이 끼쳤다. 이런 소식을 접하고 나면 누군가를 새로 만난다는 게 마냥 즐거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인의 소개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처럼 우연한 만남이 연인이 되는 그런 낭만적인 서사가 현실에 얼마나 있을까. 어제는 소개팅 후 두 번째 애프터 만남을 가졌는데, 상대방은 참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데도 자꾸만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 사람과 결혼까지 생각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친구라도 하는 게 나을까 하는 생각들 말이다.

굳어버린 감정과 남은 숙제

결국 애프터 두 번째 만남까지 마치고 돌아와서 씻고 누웠는데도 시원섭섭한 기분이다. 이성적으로는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겠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뛰질 않으니 문제다. 이게 내 눈이 너무 높아진 건지, 아니면 예전에 데였던 기억들이 나를 방어 기제로 꽁꽁 싸매게 만든 건지 모르겠다. 주변 친구들은 나보고 ‘너무 생각이 많다’고들 하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드니 이제는 사람 하나 만나는 게 마냥 가볍지가 않다. 어쩌면 나도 이런저런 만남 속에 닳고 닳아버린 건 아닐까 싶다.

결국은 다시 혼자 남은 밤

잠들기 전 핸드폰을 보다가 지워버릴까 고민했던 소개팅 앱을 다시 한번 훑어본다. 특별한 기대는 없다. 그냥 다들 이렇게 사나 싶다. 동문회니 뭐니 나가봐도 결국 남는 건 없고, 회사 생활은 집과 사무실의 반복일 뿐이다. 엄마 친구 아들 이야기를 들어도 ‘그럼 뭐 하니’라는 생각부터 드는 걸 보면 나도 참 성격이 많이 변했다. 내일은 출근을 해야 하니 오늘 소개팅 이야기는 일단 덮어두려고 한다. 다음 번에는 좀 다를까 싶으면서도, 사실 똑같을 것 같다는 예감이 더 크게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애프터는 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안 뜨거워진다”에 대한 3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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