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할 땐 그냥 심심해서였다
친구가 요즘 세상이 얼마나 잘 되어 있냐면서 보여준 어플이 있었다. 이름은 기억도 잘 안 나는데, 뭐 유니투인가 하는 거랑 비슷한 느낌의 이름이었다. 처음엔 그냥 요즘 연예인들도 어플 쓴다더라, 이런 가벼운 마음이었다. TV에서 연예인들이 보정 어플 쓴다고 웃으며 말하는 걸 보기도 했고, 나도 나이 먹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냥 사람 구경이나 좀 해보자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가입비는 한 3만 원 정도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대충 치킨 두 마리 값 정도였다. 결제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이런 걸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프로필 사진과 현실의 거리감
가입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사진을 고르는 거였다. 결혼정보회사처럼 무슨 스튜디오 사진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충 잘 나온 사진을 올렸는데 문제는 상대방들이었다. 프로필은 다들 무슨 모델처럼 꾸며놓았는데, 막상 대화를 좀 나누다 보면 느껴지는 분위기가 어딘가 좀 다르다. 어떤 사람은 2세 성장 예측 어플로 만든 것 같은 사진을 올렸는데, 도대체 누구를 보여주려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도 프로필에 신경을 좀 써볼까 하다가, 그냥 자연스러운 게 낫지 싶어 관뒀다. 그러다 보니 매칭되는 사람들과의 간극이 너무 컸다. 대화가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색한 대화의 연속
앱을 켜면 일단 알림이 계속 온다. 5분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작업인데, 이게 생각보다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특히 채팅창에서 오가는 대화들은 너무 뻔하다.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 같은 물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오는데, 매번 똑같은 대답을 하는 것도 일이다. 일주일 정도 연락하던 사람과 한번 만나볼까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는데, 정작 만남을 앞두고 나니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성병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무서운 사건 사고들이 줄을 잇는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 싶었다. 채팅만 할 때는 그냥 가벼운 놀이 같았는데, 현실로 연결되려니 무게감이 확 달랐다.
오프라인에서의 묘한 거리감
결국 약속 장소 근처 카페에서 한번 보기는 했다. 사진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지만, 그건 예상했던 일이라 딱히 실망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둘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데, 대화가 정말 이어지질 않았다. 어플에서 텍스트로 주고받을 때는 나름 쿵짝이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얼굴을 보고 말을 섞으니 서로의 템포가 너무 달랐다. 커피 한 잔 마시는 내내 서로 휴대폰만 힐끗거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 시간 동안 내가 왜 여기 앉아 있나, 집에서 드라마나 보는 게 나았을 텐데 싶은 생각만 들더라. 만남 장소는 강남 쪽 카페였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소음 때문에 더 집중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결국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마음
만남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데 허탈함이 밀려왔다. 돈은 돈대로 쓰고, 시간은 시간대로 썼는데 남은 건 찝찝함뿐이었다. 어플을 지울까 말까 고민하다가 일단은 그냥 그대로 두었다. 당장 인연을 찾겠다는 절박함보다는, 그냥 언제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있다는 착각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 물론 주위에서는 진지하게 결혼정보회사를 알아보라거나 더 체계적인 서비스를 찾아보라고도 한다. 비용이 꽤 들긴 하겠지만 검증된 사람을 만나는 게 낫지 않겠냐는 거다. 그런데 지금은 딱히 그러고 싶지가 않다. 그냥 혼자 지내는 게 가끔은 좀 적적해도, 이런 알 수 없는 사람들과의 불확실한 만남보다는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언젠가 마음이 바뀌면 또 다른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그냥 이대로 놔두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