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오면 매번 똑같은 패턴이다. 넷플릭스 좀 보다가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멍하니 쇼츠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새벽 한두 시가 된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지난달부터 뭐라도 해보려고 기웃거렸다. 풋살은 무릎이 걱정되고, 드론은 장비 가격 때문에 엄두가 안 나고. 그러다 문득 라틴댄스나 스윙댄스 같은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춤 학원을 검색해보니 강남역 근처에 있는 곳들이 퇴근 시간대 수업이 꽤 많았다. 한 달 수강료가 대략 15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 하는 거 같던데, 솔직히 처음에 결제할 때는 ‘이 돈 내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컸다.
어색한 첫 수업과 땀방울들
결국 용기를 내서 한 곳에 등록했다. 막상 가보니 다들 열정이 대단했다. 나는 몸치라 스텝 밟는 것도 엉망인데 다들 웃으면서 도와주더라. 처음엔 낯설어서 벽 보고 서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춤이라는 게 결국 파트너랑 호흡을 맞추는 건데, 초보자들끼리 엉키고 설키면서 땀을 흘리니까 왠지 모를 묘한 동질감이 생겼다. 풋살 동호회 하는 친구는 허리 아프다고 징징대던데, 여기서 한 시간 춤추고 나니 확실히 코어 근육이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평소에 운동이라곤 숨쉬기밖에 안 했던 터라 수업 끝나면 다리가 후들거려서 근처 편의점에서 이온 음료를 한 통씩 마시는 게 루틴이 됐다.
장비 욕심이 시작되는 구간
학원을 한 3주 정도 다녔나? 사람들이 다들 전용 댄스화를 신고 있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장비 욕심이 발동했다. 사실 그냥 실내 운동화 신어도 상관없긴 한데, 다들 바닥을 매끄럽게 타고 도는 게 부러웠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비싼 건 10만 원이 넘어가더라. 일단 싼 거라도 하나 사야겠다 싶어서 이태원 쪽 댄스화 매장에 찾아갔다. 막상 신어보니 확실히 가볍긴 하더라. 근데 여기서부터 조금 꼬였다. 매장 직원이 추천해준 건 내 예산보다 훨씬 비싼 모델이었고, ‘이거 신으면 춤이 훨씬 편해질 거예요’라는 말에 혹해서 카드를 긁었다. 결과적으로 춤 실력은 그대로인데 신발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걸 신고 집에서 연습이라도 해야 하나 싶지만 퇴근하면 다시 침대 위다.
동호회라는 게 생각보다 복잡하더라
춤 배우러 다니는 곳이 꽤 규모가 있는 동호회 형태였다. 뒤풀이도 있고 주말마다 어디론가 원정을 가기도 한다. 한 번은 1박 2일로 태안인가 어디로 엠티를 간다길래 고민을 좀 했다. 회사 생활만 해도 벅찬데 주말까지 사람들을 만나야 하나 싶어서 말이다. 50대 선배님들도 계시고 젊은 친구들도 섞여 있는데, 이게 직장인 뮤지컬이나 다른 소모임이랑은 또 다른 분위기였다. 어떤 분은 나한테 심리테스트 같은 걸 해보자며 다가오는데, 사실 나는 그냥 춤추러 온 거지 대인관계 맺으러 온 게 아니라서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주말에 방 안에 박혀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여전히 남는 약간의 찜찜함
여름휴가 계획을 세울 때도 요즘은 동호회 사람들끼리 어디로 가는지 기웃거리게 된다. 예전에는 그냥 혼자 여행 가는 게 좋았는데, 이제는 누군가랑 같이 움직이는 게 익숙해진 건지 아니면 그냥 외로운 건지 잘 모르겠다. 라틴댄스나 스윙댄스는 계속 할 것 같긴 한데, 가끔은 내가 왜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취미를 만들려고 하는지 현타가 올 때가 있다. 춤학원 가는 날이 다가오면 설레기보다는 ‘오늘 또 가서 스텝 밟아야 하네’ 하는 의무감이 들기도 하고. 그래도 신발은 샀으니까, 일단은 좀 더 버텨볼 생각이다. 오늘 밤에도 다시 학원에 가야 하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몸이 천근만근이다. 이 귀찮음을 이겨내는 게 춤 배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 같다.

춤 배우면서 겪는 호흡 맞추는 느낌, 정말 공감돼요. 저도 처음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할 때 그랬거든요.
이태원에 댄스화 매장 가는 것도 재미있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한번 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