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정말 경제적인 걸 따질까
얼마 전에 미래에셋증권에서 만든 유튜브 콘텐츠 ‘공강’이라는 걸 봤다. 대학생들이 나와서 투자 성향이나 소비 패턴을 바탕으로 블라인드 소개팅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좀 낯설었다.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소개팅이라고 하면 그저 얼굴 잘생기고 성격 좋으면 최고였는데, 요즘은 아예 대놓고 경제 관념을 확인하는 게 예능 소재가 되는구나 싶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3:3 토크룸에서 경제 이슈로 서로 의견 나누는 걸 보니, 이게 소개팅인지 면접인지 헷갈리는 장면도 많더라. 하긴, 요즘 물가도 그렇고 다들 취업 걱정에 미래가 불투명하니까 그런 현실적인 고민이 연애관까지 들어온 거겠지. 그래도 나는 여전히 소개팅에서 돈 얘기부터 하는 건 좀 어색하게 느껴진다. 물론 무책임한 것보다는 낫겠지만, 시작부터 너무 계산기를 두드리면 정이라는 게 붙을 틈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수원에서 소개팅 장소를 찾다가 든 생각
예전에 수원 어딘가에서 소개팅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름 알아본다고 조용한 카페랑 분위기 괜찮은 이자카야를 몇 곳 리스트업했었다. 보통 1인당 2~3만 원대면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분위기 좀 잡으려면 그보다 훨씬 더 깨지는 것 같다. 건대 쪽은 가성비 좋은 술집이 많아서 대학생들이 룸술집이나 반룸 구조 이자카야를 많이 찾는다고 하던데, 사실 막상 가서 이야기하다 보면 옆 테이블 소리가 너무 잘 들려서 프라이빗한 느낌은 거의 없다. 강남으로 넘어가면 가격대는 훌쩍 뛰는데, 정작 비싼 돈 내고 들어가도 긴장해서 음식 맛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수원 소개팅 장소 검색하다가 ‘선유도가볼만한곳’ 같은 엉뚱한 키워드까지 타고 들어가서 시간만 낭비했던 적도 있었다. 그냥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제일인데, 너무 장소에 집착하는 것도 피로도를 높이는 원인인 것 같다.
억지로 만들어진 만남의 피로감
단체 소개팅이나 사교 모임 같은 것도 한두 번 나가봤는데, 확실히 에너지가 많이 든다. 특히 울산이나 청주 같은 타지에서 열리는 소규모 모임 같은 경우, 가는 길만 왕복 몇 시간씩 걸리니까 만남 자체가 숙제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대학생 때 했던 뻔한 미팅이 차라리 나았나 싶기도 하고. 요즘은 어플로 만나는 게 흔해졌지만, 거기도 결국 프로필이라는 틀 안에 갇히는 건 매한가지 아닌가 싶다. 예능 속의 블라인드 소개팅처럼 투자 성향이나 소비 패턴이 맞으면 정말 잘 맞는 관계가 될 수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조건들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건지 잘 모르겠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 이렇게 데이터화될 수 있는 건지 자꾸 의문이 든다. 어쩌면 내가 너무 옛날 방식으로 연애를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대로 두는 편이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소개팅이 잘 안 풀리고 나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 좀 더 경제 관념에 대해 물어봤어야 했나’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더 솔직하게 이야기할걸’ 하는 후회가 더 많다. 미래에셋증권의 그 예능처럼 대놓고 성향을 까발리는 게 오히려 효율적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그런 방식이 조금 벅차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게 결국은 불편함과 낯섦을 조금씩 걷어내는 과정인데, 처음부터 너무 많은 정보를 주고받으면 그 설렘이 다 휘발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이번 주말에는 그냥 혼자 가까운 공원이나 나가볼 생각이다.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잠시 벗어나서 그냥 커피나 마시면서 걷는 게, 요즘은 소개팅보다 훨씬 더 평온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이런 무기력함이 연애에 대한 열정을 가로막는 것 같기도 한데, 당장은 딱히 해결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솔직히, 프로필에 ‘투자 성향’ 언급하는 거, 좀 어색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