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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업체 상담을 다녀왔는데 왠지 모르게 찜찜했다

강남의 어느 빌딩에서 마주한 현실적인 수치들

주말에 시간을 내서 강남에 있는 결혼정보업체 몇 군데를 돌았다. 사실 처음부터 여기를 가려고 했던 건 아닌데, 친구 녀석이 결혼하고 나니까 이제 슬슬 너도 좀 알아보라는 압박이 심해졌다. 내가 물류 관련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사실 평소에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긴 하다. 그냥 사무실이랑 집, 가끔 운동하는 곳이 전부니까. 상담실에 앉으니 상담사가 내 직업과 연봉, 집안 환경 같은 것들을 체크리스트처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보통 가입비가 수백만 원대에서 시작하는데, 이게 사람마다 조건이 달라서 등급이 나뉜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기분이 묘했다. 내가 물건도 아니고, 왜 이런 수치로 내 가치가 매겨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예전에 무료 소개팅 어플도 몇 번 써봤는데, 거기는 거기대로 검증이 안 돼서 불안했고 여기는 여기대로 너무 상업적인 것 같아 괴리감이 컸다.

낯가림이 심한 성격 탓에 더 어렵게만 느껴지는 만남

나는 원래 여자 앞에서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예전에는 그냥 자연스럽게 동아리나 모임 같은 데서 인연을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30살이 넘어가고 보니 그런 환경이 잘 조성되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그냥 ‘운 좋으면 만난다’는 식으로 쉽게 말하지만, 그 운이라는 게 나한테는 전혀 찾아올 기미가 안 보인다. 상담사가 나보고 ‘요즘 남자들은 결혼 적령기에 너무 조건만 따지다가 시기를 놓친다’고 훈수를 두는데, 사실 내가 따지는 게 아니라 나 같은 사람을 만나주는 사람이 없다는 게 더 정확한 상황 아닐까. 억지로 나를 포장해서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게 참 피곤하게 느껴졌다.

집착과 폭력적인 뉴스들을 보며 드는 묘한 공포감

최근에 뉴스에서 헤어진 연인을 협박하거나 심지어 살해까지 하는 사건들을 자주 보게 된다. 기사를 볼 때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게 왜 이렇게 무섭고 어렵게 변했나 싶다. ‘내 아이를 낳아달라’며 각서까지 쓰는 집착이나, 100억 대 사기를 치는 20대 남성 같은 기사들을 보면 연애라는 게 사실은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결혼정보업체 같은 시스템은 그런 ‘사람에 대한 신뢰’를 ‘조건의 일치’로 대신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돈을 내고 검증된 사람을 만나는 게 효율적일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 안에서 정말 따뜻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후불제 방식과 가입비 사이에서 오는 갈등

상담했던 곳 중 한 군데는 후불제 결혼정보회사였는데, 성사될 때마다 돈을 내는 방식이라 그나마 조금 덜 위험해 보였다. 가입비 수백만 원을 한꺼번에 날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찜찜함은 남는다. 상담사가 말하는 ‘회원 등급’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과연 내가 이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만남을 이어가는 게 맞는지,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혼자 운동하고 퇴근해서 조용히 지내는 게 마음 편한 건지 도저히 판단이 안 섰다. 결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히 있는데, 그 과정이 너무 딱딱하고 차갑게 느껴지는 게 문제인 것 같다.

결국은 아무런 결론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상담을 마치고 나와서 지하철을 타는데 왠지 모를 허탈감이 밀려왔다. 결국 오늘도 나는 나를 평가받고, 남의 기준에 맞춰 나를 설명하는 데 급급했던 것 같다. 결혼정보업체에 쏟아부을 돈으로 차라리 취미 생활을 늘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또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면 나중엔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덮친다. 30대 남자로 산다는 게 단순히 돈을 벌고 집을 구하는 것보다 이런 막연한 인간관계의 숙제를 푸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진다. 딱히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다음 달까지는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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