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입할 때 느꼈던 묘한 긴장감
결혼정보회사에 처음 문을 두드릴 때 기분은 참 묘했다. 뭔가 인생의 마지막 보루를 찾는 기분이랄까. 강남에 있는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입구에서부터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들었다. 상담원은 친절했지만, 그 친절함이 어딘가 모르게 사무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 이력서에 적힌 조건들을 하나하나 읊으면서, 마치 물건을 감정하는 듯한 말투가 그때는 꽤 거슬렸다. 듀오 같은 곳은 정회원 정보 유출 사고로 뉴스에도 나온 적이 있어서 사실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과징금 11억이 넘게 부과됐다는 기사를 봤던 기억이 나서, 내 신장, 체중, 심지어 종교까지 다 털리는 거 아닌가 싶어 찜찜했던 게 사실이다.
300만 원이라는 돈이 과연 값어치를 할까
가입비로 거의 300만 원 가까운 돈을 결제했다. 요즘 물가가 올라서 그런지 몰라도, 한 번에 큰돈을 긁으니 손이 떨렸다. 주변에서는 결혼정보회사 가입비가 수백만 원대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막상 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니 실감이 났다. 상담원은 이 돈이면 몇 회 만남이 보장된다고 했지만, 정작 만나보면 대화가 겉도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한 번은 상대방이 대화 내내 자기 재산 관리 이야기를 늘어놓아서 진이 빠졌다.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거나 사 먹을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따릉이 타고 돌아오는데 왜 이렇게 씁쓸한지 모르겠더라.
혼인신고 전과 후의 애매한 경계선
부동산 이야기를 하다가 대출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그 과정도 참 골치 아팠다. 미혼일 때 대출을 받고 매수하면 생애최초 혜택이 있는데, 혼인신고를 하면 이게 꼬인다는 거다. 결혼정보회사에서 만난 사람과 잘 돼서 혼인신고까지 하게 되면, 오히려 혜택을 못 받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니. 사랑은 감정인데 법적인 문제는 너무 차갑게 굴러가니까 도저히 정이 안 갔다. 누구는 혼인무효 소송까지 간다는 뉴스를 보고 있자니,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했다.
10분 늦게 도착한 커피숍의 정적
어느 날은 약속 장소인 커피숍에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듀오를 통해 소개받은 분이었는데, 이미 음료를 시켜놓고 나를 쳐다보는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죄송하다고 말은 했지만, 서로 어색한 침묵만 흐르는 시간은 참 길었다. 그날 그분이랑 총 1시간 30분 정도 앉아 있었나. 결국 헤어질 때 번호를 교환하긴 했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바로 차단 버튼을 누르고 싶었다. 사실 차단하는 것조차 에너지가 많이 드니까 그냥 내버려 두는 편이다. 개인정보가 어디까지 퍼져나가는지 알 수 없으니 무섭기도 하고.
데이터와 현실 사이의 커다란 간극
통계청이나 결혼정보업체에서 쏟아내는 수치들을 보면 참 대단해 보인다. 경제적 특성에 따른 혼인 변화를 파악했다는 리포트들을 가끔 보는데, 내 현실은 그 수치들 한가운데서 허우적거리는 중이다. 도장을 몰래 훔쳐 혼인신고를 했다는 식의 황당한 뉴스들이 내 이야기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재혼 전문 회사를 통해 만났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때로는 아무것도 안 하고 혼자 지내는 게 속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밤새 고민하다가 결국 아무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잠들었다. 이게 지금 내가 마주한 상황의 전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