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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무소 기계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던 날

어제는 연차를 내고 그동안 미뤄뒀던 일들을 좀 처리했다. 사실 대단한 일은 아니었는데, 가족 중에 누가 보험금 청구를 해야 한다고 해서 서류를 떼러 간 거였다. 예전에는 그냥 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키오스크가 아니면 아예 안 되는 곳도 많고, 또 무인 발급기에서 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지문을 찍는 과정이 생각보다 번거롭더라. 특히 내가 예전에는 직접 창구에 가서 ‘혼인관계증명서’를 달라고 말만 하면 됐던 것 같은데, 이제는 무슨 상세니 일반이니 고르는 항목도 많아져서 한참을 서 있었다.

무인 발급기 앞에서 겪은 소소한 당혹감

사람들이 뒤에서 기다리는 기운이 느껴지면 괜히 더 긴장하게 된다. 무인 발급기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내가 지금 무엇을 뽑아야 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집에 있는 가족이 ‘혼인관계증명서’랑 ‘가족관계증명서’가 다 필요하다고 했는데, 기계 화면에는 ‘상세’와 ‘일부’라는 선택지가 또 나뉘어 있었다. 왠지 ‘상세’를 눌러야 안전할 것 같아서 500원짜리 동전을 하나 넣고 발급받았는데, 예전보다 서류 한 장 뽑는 비용이 이렇게 비쌌었나 싶기도 하고. 700원인가 그랬던 것 같은데 정확한 가격은 기억이 안 나지만, 하여튼 생각보다 돈이 계속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보험금 청구 서류 준비의 피로감

집에 와서 서류들을 쭉 펼쳐놓고 보는데, 이게 뭐라고 이렇게 사람을 진 빠지게 하나 싶었다. 요즘은 치매 환자 가족들도 보험금 청구할 때 서류 떼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는 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시스템상의 이야기지 실제로 내가 내 손으로 직접 서류를 챙겨서 보험사 앱에 올리고, 또 모자란 서류가 없나 확인하는 과정은 여전히 꽤 귀찮은 일이다. 특히 내가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라 가족의 서류를 챙기다 보니 더 그렇다. 혹시라도 번지수를 잘못 짚어서 서류를 떼 온 건 아닌지 괜히 불안하기도 하고 말이다.

서류 속 이름들이 주는 이상한 기분

서류를 한 장씩 정리하다 보면 가끔 이상한 기분이 든다. 혼인관계증명서나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종이 한 장에 우리 가족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는 걸 보고 있으면, 평소에는 전혀 생각지도 않던 우리의 관계가 법적인 문자로 박제되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가끔 뉴스에서 연예인들 이혼 소식이나 가짜 뉴스 같은 걸 볼 때면, 이런 서류들이 참 쉽게도 왔다 갔다 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그냥 종이 한 장인데 왜 우리는 이런 서류에 이렇게 매달려 살아야 할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상담 창구에서의 짧은 대화

결국 집 근처 무인 발급기에서 다 해결하지 못해서 동사무소 창구까지 갔다. 거기 계신 분은 워낙 익숙하게 일을 처리하시는데, 내가 너무 우물쭈물하니까 조금 답답해하시는 것 같기도 했다. 김포나 일산 같은 곳에서 이혼 관련으로 변호사를 찾을 때도 다 이런 서류들이 먼저 준비되어야 조정이 빠르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본 것 같다. 나는 그냥 보험금 청구 때문에 온 건데, 창구 옆자리에서 이혼 서류를 문의하는 사람들의 대화를 얼핏 듣게 되었다. 거기도 참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구나 싶었다. 결국 나는 내 할 일을 다 마쳤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찝찝한 건 왜일까.

다음번에 또 이런 서류가 필요해지면

다음번에도 또 이런 일로 관공서를 찾게 될까? 아마 그럴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서류를 떼며 살게 되니까. 예전에는 이런 일을 할 때면 어른이 된 것 같아서 좀 뿌듯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저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기계 화면을 더듬거리며 서류를 발급받는 그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서류 한 장 떼어내는 게 대수냐 싶지만, 때로는 그 서류들이 나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엔 좀 더 똑똑하게 준비해서 가야지, 다짐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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