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접수하고 대기실에 앉아있는데 기분이 묘했다
결혼 정보 회사라는 곳을 처음 가봤다. 사실 가기 전에는 무슨 국가 시험 보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긴장되나 싶었다. 강남역 근처에 있는 커다란 빌딩 12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그 짧은 순간에도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정말 이런 곳까지 와서 사람을 만나야 하나’ 하는 생각 말이다. 접수처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있었고, 다들 하나같이 무표정하게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 상담실로 안내받기 전까지 약 20분 정도 대기했는데, 그때 마셨던 믹스커피가 너무 달아서 괜히 입안이 텁텁해졌다. 상담해주시는 매니저분은 굉장히 능숙해 보였지만, 사람의 가치를 등급으로 나누는 듯한 그 분위기 자체가 나한테는 좀 낯설고 불편했다.
조건 위주로 대화가 오가는 게 참 어색하더라
상담이 시작되자마자 들은 질문은 연봉과 자산 규모였다. 내가 처음에 대출 상담받으러 갔을 때도 연봉 7,200만 원 정도라고 하면 다들 표정이 밝아지더니, 여기서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학벌, 직장, 키, 그리고 부모님의 노후 준비 상태까지 묻는데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불쾌했다. 이게 사람을 만나는 과정인지 아니면 무슨 기업의 자산 가치를 평가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매니저분은 ‘회원님은 이 정도 조건이면 꽤 괜찮은 등급’이라며 웃는데, 그 ‘등급’이라는 단어가 뇌리에 박혀서 그 뒤로 하시는 말씀이 잘 들리지 않았다. 그날 상담비는 따로 안 냈지만, 가입비 견적을 들어보니 500만 원에서 1,000만 원대까지 아주 다양하더라. 단순히 결혼을 하려고 이 비용을 지불해야 하나 싶어 한참을 망설였다.
스몰웨딩이니 합리적이니 해도 결국 돈 문제더라
주변에서는 요즘 스몰웨딩도 많이 하고 합리적으로 결혼 준비를 한다고들 한다. 성남이나 수원 쪽에서는 지자체에서 예비부부들을 위한 돌봄 서비스나 지원 사업도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막상 시장에 나와 보니 결국 모든 게 돈이고 조건이었다.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사람을 만나야 할까 싶다가도,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위의 결혼 소식들이 하나둘씩 들려오니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아는 지인이 결혼 10년 만에 아이가 생겼다고 SNS에 글을 올린 걸 봤는데, 그 사람들도 분명 힘든 과정이 있었겠지. 나는 지금 이 복잡한 결혼 정보 업체의 시스템 속에서 나를 증명하고 있는데, 이게 정말 행복한 결혼을 위한 첫걸음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호텔 서비스 하나에도 불쾌함이 남는데 결혼은 오죽할까
최근 뉴스에서 경주의 한 특급호텔 주방에서 직원이 손님을 향해 막말을 했다는 기사를 봤다. 비싼 돈을 내고 기념일에 간 곳에서 그런 일을 당하면 정말 기분이 최악일 것 같다. 호텔 측에서 케이크를 주며 무마하려 해도 이미 상처받은 마음은 돌이키기 어렵지 않겠나. 결혼 준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돈을 쓰고 업체에 의존해서 사람을 만난다고 한들, 결과가 좋지 않거나 과정에서 상처를 입으면 누가 책임져줄까.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비가 살짝 오길래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우산을 하나 샀다. 3,000원짜리 투명 우산을 쓰고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데, 내가 방금 상담실에서 나눈 대화들이 얼마나 무의미하게 느껴지던지.
막상 집에 돌아오니 가입 안내 문자가 계속 온다
집에 도착하니 핸드폰으로 상담 감사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당일 가입 시 혜택을 준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거절의 의사를 밝히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당장 등록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좀 더 고민해보고 싶다고 답장을 보내려다 말았다. 사실 지금 당장 결혼을 하겠다는 마음보다, 혼자 있는 게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해서 가본 곳인데, 다녀와 보니 오히려 결혼에 대한 환상만 더 깨진 것 같다. 내가 사람을 보는 기준이 너무 높은 건지, 아니면 이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건조하게 만드는 건지 잘 모르겠다. 오늘도 그냥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보는데,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하루가 될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당분간은 그냥 혼자서 하고 싶은 거나 하면서 지내야 할 것 같다.

연봉이랑 자산 질문이 좀 과한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좀 당황했었거든요.
연봉과 자산 질문 때문에 더 불편했을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그런 회사들은 좀 피하게 되더라구요.
혼자 생각해보니, 조건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가는 게 더 중요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