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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업체 상담실에 앉아있던 한 시간의 기록

강남 어디쯤의 낯선 사무실 방문기

지난주 화요일인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결혼정보회사라는 곳을 찾아갔다. 사실 뭐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주변에서 하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으니 ‘대체 어떤 곳인가’ 하는 호기심이 컸다. 예약 잡는 것도 은근히 귀찮았는데, 막상 가보려니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나부터 고민이 되더라. 너무 힘을 주면 비싼 가입비를 낼 것 같고, 너무 대충 입으면 무시당할 것 같은 그런 이상한 심리가 발동했다. 위치는 강남역 근처였는데, 낡은 오피스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싶었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며 시간을 때웠는데, 그 카페 안에도 다들 어딘가 바빠 보였다. 나만 엉뚱한 목적지로 가는 기분이 들어서 괜히 핸드폰만 뒤적거렸다.

상담사가 쏟아낸 정보와 묘한 거리감

상담실은 꽤나 조용했다. 벽에는 뭐 상장 같은 게 몇 개 붙어 있었고, 상담사분은 상당히 친절했다. 근데 그 친절함이 어딘가 좀 기계적으로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처음에는 내 직업이나 연봉, 학력 같은 걸 물어보는데 블라인드 채용 어쩌고 하는 요즘 뉴스랑은 완전히 다른 세상 같았다. 다 적나라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 조금 불편했다. 대충 들어보니 가입비가 수백만 원대였다. 등급제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대화의 맥락에서 내 가치가 어느 정도 수치화되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2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까지도 부르는데, 사실 그 돈이면 여행을 몇 번을 가고 가전제품을 바꿀 수 있는 금액 아닌가 싶었다. 물론 그 돈을 내면 매칭이 몇 회 보장된다는 식인데, ‘매칭’이라는 단어가 주는 건조함이 나랑 좀 안 맞는 것 같기도 했다.

드라마 속 결혼과 현실의 간극

상담을 받는 내내 최근에 본 드라마 ‘옥씨부인전’ 생각이 났다. 드라마에서는 신분이나 운명을 넘어서 사랑을 하느니 마느니 하는데, 여기는 철저하게 조건이 우선이었다. 혼인이라는 게 원래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어쩌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나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28기 옥순 같은 사람들이나, 다들 자기만의 기준이 있겠지만 여기는 그 기준을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곳이었다. 상담사분은 “요즘은 다들 이렇게 시작하세요”라고 말했지만, 그 ‘다들’에 내가 포함되어야 하는 건지 여전히 물음표가 남았다. 대화 중간중간에 혼인신고니 법적 부부니 하는 단어들이 오가는데, 그냥 무겁게만 느껴졌다.

찝찝함과 안도감이 뒤섞인 귀갓길

상담이 끝나고 나오는데 오히려 마음이 좀 더 복잡해졌다. 가입 서류를 내밀며 당장 오늘 결정하면 할인해주겠다는 말에 괜히 도망치듯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느낀 건 ‘안도감’이었을까, 아니면 ‘불안함’이었을까. 결국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고, 통장 잔고는 그대로 지켰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텅 빈 것 같기도 했다. 사실 그 돈을 지불하고 만나는 사람과, 그냥 밖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람 중에 누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집에 와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먹다 남은 반찬 몇 개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런 일상의 소소함이 어쩌면 더 중요한 건데, 그런 것들은 결혼정보업체 상담지에 적을 수 있는 항목이 아니었다.

결론 없는 하루의 끝

글쎄, 나중에 내가 정말 외로움을 못 견디는 날이 오면 다시 이 사무실을 찾게 될까? 아마 그때는 가격표를 조금 더 꼼꼼히 따져보겠지.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혼자 지내다가 우연히 누군가를 마주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상담실에서 나왔을 때의 그 묘한 기분은, 마치 시험을 보고 나왔는데 결과는 한 달 뒤에 나오는 것처럼 여전히 찜찜하게 남아 있다. 그냥 하루가 지났고, 나는 여전히 혼자고,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가고 있다는 게 좀 웃기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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