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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가입비 상담만 받고 돌아온 날의 기억

어느 날 갑자기 주말마다 시간이 붕 뜨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씩 결혼 소식을 전해오고, 부모님은 은연중에 ‘너는 언제 사람 구경하냐’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툭툭 던지시는데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앱을 켜서 모르는 사람들과 가벼운 대화를 이어가는 건 이제 좀 지쳤다. 프로필 사진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정성껏 적고, 또 메시지를 기다리는 그 과정 자체가 어떤 날은 엄청난 숙제처럼 느껴졌으니까.

강남의 상담실에서 느꼈던 묘한 공기

지나가다 광고로 본 몇몇 곳을 검색해보다가 결국 큰맘 먹고 강남의 한 결혼정보회사 상담을 예약했다. 상담비는 따로 없었지만, 들어가는 입구부터 왠지 모르게 비장한 기분이 들었다. 상담실 안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차분했다. 상담 실장님은 내 나이와 직업, 그리고 생각하는 조건들을 조목조목 물었다. 서류를 훑어보면서 내 ‘등급’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는 그 눈빛이 뭐라고 설명하기 힘들지만 꽤나 묘했다. 내가 사람을 만나는 건데, 마치 내가 상품이 된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 가격을 듣고 나니 정신이 더 번쩍 들었다. 가입비가 수백만 원대에서 시작해서 성혼 사례비까지 생각하면 결코 가벼운 금액이 아니었다. ‘결정사 비용’이라는 게 이렇게나 현실적이었나 싶었다.

소개팅 앱과 오프라인 만남 사이에서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올림픽공원 애국 소개팅’ 같은 황당한 이벤트도 올라오던데, 그런 걸 보면서 웃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왜 사람들이 저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밖으로 나가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앱은 너무 가볍고, 결정사는 너무 무겁다. 중간 지점이 없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예전에 지인이 알려준 로테이션 소개팅 같은 것도 가볼까 고민해봤는데,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서먹하게 앉아 대화 나누는 걸 생각하면 벌써 기가 빨리는 기분이다. 결국 나는 그날 상담만 받고,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남긴 채 강남역 인근 카페로 도망치듯 나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면서 생각했다. 이게 과연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을 만큼의 일인가, 아니면 그냥 내 인연이 닿지 않을 뿐인 건가.

결정사 등급이라는 이름의 불편함

사실 상담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건 내 가치를 타인이 매긴 기준에 따라 결정지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격인지보다는 직업이 무엇인지, 연봉이 얼마인지가 우선시되는 분위기가 솔직히 숨이 막혔다. 누군가에게는 이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왠지 모르게 자존감이 깎이는 경험이었다. 그 돈을 쓰면 정말 내가 원하는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걸까? 확신이 서지 않았다. 결정사 관계자가 말하던 ‘하이브리드 AI 모델’이니 뭐니 하는 전문적인 용어들이 쏟아졌지만, 그 말 뒤에 숨겨진 건 결국 또 다른 등급 분류일 뿐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시간

그 이후로도 한동안은 친구들이 주선해주는 자리에 나가볼까 하다가도, 결국 또 마음을 접곤 한다. 결정사 상담을 다녀온 지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나는 가입하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누군가를 만나는 과정에서 겪는 그 번거로움과 실패를 감당하기 싫어서 더 요령을 부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혼자 있는 시간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 위로하지만, 가끔은 누군가와 함께 걷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튀어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앞으로의 막연한 계획

당장 어디에 다시 등록하거나 적극적으로 사람을 찾으러 다닐 생각은 없다. 그저 일상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누군가 나타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기도 하고, 반대로 ‘이대로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매일 마음이 바뀐다. 상담받으러 갔을 때 보았던 그 수많은 프로필 카드 속의 사람들처럼, 나 역시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거나, 혹은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되겠지. 그게 조금은 무섭고 또 조금은 기대된다. 일단은 조금 더 고민해보려고 한다. 지금 당장 무언가를 결단하기엔 나라는 사람이 아직은 혼자 더 필요한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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