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으로 앱을 깔았다가
주말에 딱히 할 일도 없고 예전에 세이클럽이나 타키 같은 곳에서 채팅하던 기억이 나서였나, 요즘은 다들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만나나 궁금해서 소개팅 어플 몇 개를 설치해 봤다. 친구들이 다들 결혼하고 나니 40대라는 나이가 새삼 무겁게 느껴지기도 해서, 그냥 가볍게 대화나 나눌 사람이 있을까 싶었던 게 시작이었다. 요즘은 MBTI나 사주 궁합 같은 걸로 매칭해 주는 곳도 많다고 해서, 뭐라도 하나 걸리면 좋겠다는 기대를 아주 조금은 했던 것 같다.
무료라는 말의 함정
문제는 앱을 켜자마자 시작됐다. 분명 ‘무료 매칭’이라고 광고해서 들어갔는데, 막상 대화를 좀 하려니 포인트가 없다고 뜬다. 채팅 한 번 보내는 데 몇백 원에서 천 원 단위가 차감되는 구조였는데, 예전 PC 통신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격세지감이다. 틴더처럼 기본 기능만 무료인 곳도 있었지만, 상대방 프로필을 제대로 보거나 대화를 시작하려면 결국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화면이 계속 튀어나왔다. 한 달에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는 기본으로 나갈 것 같은데, 이걸 내가 굳이 투자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엉뚱한 매칭과 낯선 사람들
운 좋게 무료 매칭 기회가 있어서 몇 명이랑 대화창이 열렸는데, 이게 생각보다 더 피곤했다. 한 명은 자꾸 자기 사업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다른 한 명은 대답이 며칠 뒤에 오거나 아예 답장이 없었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싶다가도, 나도 굳이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하지 않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온라인으로 사진이랑 몇 줄 안 되는 소개글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려니, 만남 자체가 너무 건조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오프라인 모임 어플도 기웃거려 봤지만, 결국 거기도 결국은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존재하더라.
결혼 카페나 모임의 현실
차라리 결혼 카페 같은 커뮤니티가 낫지 않을까 해서 들어가 봤는데, 거긴 또 분위기가 너무 진지하다. 서로 조건 따지고 성례를 목적으로 하는 분위기라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오히려 기만 죽어서 나왔다. 내가 40대 미혼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막연한 불안함을 이런 앱이나 카페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애초에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그냥 혼자 커피나 마시러 나가는 게 정신 건강에 나을 것 같다는 생각만 굳어졌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결국 설치했던 앱들을 다 지웠다. 글램이나 비긴즈 같은 이름 있는 곳들도 결국은 결제 없이는 서비스 이용이 제한적이거나, 이벤트 기간이 지나면 다시 유료로 전환되는 구조라서 마음이 떠났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친구를 사귀려고 애쓰는 것도 이제는 좀 지치는 일이다. 이상형을 찾겠다며 앱을 뒤적거리는 시간보다, 그냥 집 앞 산책로나 다녀오는 게 더 확실한 행복이라는 걸 알면서도 왜 자꾸 앱을 켜보게 되는지 모르겠다. 오늘 저녁에는 그냥 좋아하는 영화나 한 편 보면서 시간을 보내야겠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이렇게까지 번거롭고 돈이 들어가는 일이었나 싶다.

사진이랑 소개글만 보고 판단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 같아요. 사람의 매력을 파악하려면 꼭 직접 만나봐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