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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사면서 덜컥 가입했던 상조 서비스가 생각보다 오래가네요

가전제품 사면서 끼워 넣었던 10만원의 정체

2019년도에 결혼 준비를 하면서 가전을 한꺼번에 맞췄다. 그때 매장 직원이 상조 서비스인 ‘하이프리드’를 같이 가입하면 할인 혜택을 챙겨준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2구좌를 덜컥 넣었다. 한 달에 5만원씩, 두 개니까 총 10만원씩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이게 나중에 정말 필요할까 싶었다. 결혼식 앞두고 정신없던 시절이라 가전 할인이라는 눈앞의 숫자만 보고 덥석 물었던 것 같다. 벌써 5년이 다 되어가는데, 통장 내역을 가끔 확인할 때마다 ‘아, 오늘도 10만원이 나갔구나’ 싶으면서도 딱히 해지할 명분도 없어서 그냥 자동이체로 두고 있다.

77회 차 납부, 끝나려면 아직 한참 남았나

오늘 문득 생각나서 계산을 해봤다. 벌써 각 77회씩 납부를 했다. 매달 10만원씩 꼬박꼬박 내는 게 적은 돈은 아니다. 누군가는 차라리 그 돈으로 적금을 넣거나 주식을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이미 시작한 걸 중간에 깨면 손해라는 말을 어디서 들은 것 같아서 그냥 놔두고 있다. 상조 서비스라는 게 사실 당장 쓰려고 가입하는 게 아니다 보니, 납부하는 내내 이게 내 돈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묘한 기분이다.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다들 나처럼 가전 살 때나 가구 살 때 얼떨결에 하나씩 끼워져 있는 경우가 많더라. 다들 그냥 ‘없는 돈 치자’고 한다.

웨딩박람회에서 느꼈던 그날의 정신없음

결혼 준비할 때 대구에서 열리는 웨딩박람회도 몇 번 다녀왔었다. 그때는 정말 뭐가 뭔지도 모르고 플래너들이 말하는 대로 따라갔던 것 같다. 박람회 한 번 다녀오면 주말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조급하게 결정했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 그때는 인생의 큰 과업을 수행하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지나고 나니 그냥 인생의 한 조각일 뿐이더라. 오히려 지금은 장례식장에 갈 일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결혼식 준비할 때 가입했던 상조 서비스의 의미가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앞으로도 계속 이대로 유지해야 할까

만기까지 유지하면 나중에 환급받을 수 있는 조건이 있다고는 하는데, 사실 그 조건까지 꼼꼼히 따져보고 가입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그냥 매달 납부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때로는 이 돈을 해지하고 생활비에 보태고 싶다는 유혹도 들지만, 막상 해지하려고 전화해서 이것저것 물어볼 생각을 하면 귀찮음이 먼저 앞선다. 아마 다들 비슷한 마음 아닐까. 굳이 찾아서 해지할 만큼 절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계속 유지하는 게 엄청난 혜택처럼 느껴지지도 않는 그런 어정쩡한 상태 말이다.

장례식장과 결혼식장의 묘한 거리감

요즘은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결혼식장보다는 장례식장을 찾는 횟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얼마 전 지인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문득 상조 서비스 생각을 했다. 남들은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서비스 같은 것도 미리 알아보고 대비한다는데, 나는 아직 그런 거창한 준비는 못 하겠다. 그저 매달 나가는 10만원이 나중에 누군가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어떤 형태로 돌아올지, 아니면 그냥 내 무관심 속에서 사라질지 문득 궁금해질 뿐이다. 사실 정답이랄 게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오늘도 자동이체 문자를 확인하고는 아무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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